자료만 쌓던 옵시디안이,
하루 만에 '두 번째 뇌'가 되기까지
메모 앱에 자료를 넣기만 하고 다시 찾지 못한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AI에게 내 지식을 '맡겨' 스스로 정리하게 만든 하루의 기록.

혼돈(왼쪽)이 연결된 지식(오른쪽)으로 — 두 번째 뇌의 핵심 개념
1 왜 했나
나는 그동안 옵시디안에 자료를 넣기만 했다. 기사, 회의록, 기획 메모, 리서치 — 부지런히 쌓았다. 그런데 인덱스는 한 번도 손대지 않았다. 결과는 뻔했다. 자료는 쌓이는데, 막상 필요할 때 찾지를 못했다. AI에게 물어봐도 마찬가지였다. 매번 백지에서 시작했다. 디지털 서랍에 종이를 쑤셔넣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전환의 계기는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 OpenAI 공동창업자이자 前 테슬라 AI 디렉터)가 공개한 'LLM 위키' 패턴이었다. 발상은 단순하지만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사람이 지식을 관리하고, 가끔 AI에게 물어본다. 매 질문이 독립적이라 아무것도 축적되지 않는다.
AI가 지식 기반 전체를 직접 구축·유지한다. 사람은 자료를 던지는 큐레이터, AI는 읽고 정리하는 사서.
핵심은 index.md(지도) 하나다. AI는 볼트 전체를 한 번에 읽지 못한다. 그래서 인덱스를 먼저 읽고, "이 질문엔 이 문서 셋이 답"이라 판단한 뒤 그 문서만 끌어온다. 복잡한 벡터 데이터베이스도, 검색 파이프라인도 필요 없다. 지식이 흩어진 검색 대상이 아니라 복리로 쌓이는 자산이 되는 것이다.

2 어떻게 했나
먼저 8개 폴더(사업·환우회·블로그·개인 등) 각각에 세 칸을 만들었다. 원본을 그대로 두는 raw, AI가 정리해 쓰는 wiki, 그리고 그 폴더의 지도인 _index. 그다음 가장 자료가 많은 폴더부터 하나씩 정리해 나갔다.
고비도 있었다. AI가 의욕적으로 시키지 않은 폴더까지 미리 손대려 한 순간이 있었다. "한 번에 한 폴더, 검증 후 확장"으로 제어했다. 그렇게 하루 만에 8개 폴더 전체가 정리됐다.
3 어떻게 쓰나
가장 큰 변화는 이거다. 전에는 "옵시디안에 저장할 파일을 만들어 줘"라고 부탁했다. 이제는 그냥 "옵시디안에 저장해 줘" 한마디면 된다. AI가 알아서 맞는 폴더에 넣고, 인덱스까지 갱신한다. 폴더가 헷갈릴 것 같으면 "REBORN 폴더에 저장"처럼 폴더만 한마디 붙이면 정확해진다.
그리고 매일 밤 23시 35분, 시스템이 스스로 돈다. 낮에 던져둔 새 자료를 읽고, 요약하고, 인덱스에 올린다. 단 여기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안전모드의 원칙 — 자동으로 하는 건 '받아서 요약하고 인덱스에 올리는' 것까지만이다. 지우거나, 옮기거나, 민감 정보를 처리하는 건 전부 사람의 몫으로 남겼다. AI가 매일 밤 혼자 파일을 지운다면, 어느 날 중요한 게 잘못 사라져도 아무도 모를 테니까.
개인정보, 의료 정보, 계약서, 외부에 공개될 글의 톤 — 이런 건 자동화가 건드리지 않는다. 파일 이름에 '건강검진'이나 '신청명단' 같은 단어가 보이면 시스템이 알아서 멈추고 표시만 한다. 판단이 필요한 일은 끝까지 사람이 쥐고 있는 것, 그게 이 시스템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게 만드는 핵심이다.
매일 밤 23:35, 시스템이 스스로 새 자료를 정리한다

아침까지만 해도 옵시디안은 그저 '자료를 쌓아두는 곳'이었다. 하루가 지난 지금은, "옵시디안에 저장해 줘" 한마디로 알아서 정리되는 살아있는 시스템이 됐다.
화려한 유튜브 영상의 "단 하나의 프롬프트" 같은 포장은 필요 없었다. 카파시가 제시한 원본 아이디어를 내 8개 폴더에 차분히 이식한 것 — 그게 전부였다. 코딩을 1도 모르는 유통플랫폼 사업단장이, AI를 '배워야 할 기술'이 아니라 '채용한 사서'로 대했을 때 일어난 일이다.